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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추고 쉬어갈 용기 <만일 내가 인생을 다시 산다면> 김해남

by 감성돔 2023. 5. 31.

힘든 건 당연한 거야

언젠가부터 우리는 힘듦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며 살고 있는 것 같아요.
 
주변을 봐도 별반 다르지 않으니 투정을 부릴 수도 없지요.
 
다들 바쁘고 버겁게 살아갑니다.

나만 힘든 게 아니잖아

 
힘들다는 말을 입 밖으로 내기도 쳇바퀴의 일부를 내려놓기도 요원합니다.
 

사회 그리고 가정

집단과 혈연이 중요한 우리 사회에서는 가정과 사회에서의 역할을 책임감 있고 균형 있게 이끌어 가는 게 다른 사회에 비해 조금 더 어려운 것 같아요.
 
사회적 성취를 많이 이룰수록 그 역할과 책임의 무게가 무거워지는데 그렇다고 가정에서의 역할과 책임에 대한 무게가 감해지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정말 쉽지 않아요.
 

1인 다역, 대한민국 평균의 삶

대부분의 대한민국 성인이라면 1인 다역을 맡고 있을 것입니다.
 
'만일 내가 인생을 다시 산다면'의 저자 김해남 님 또한 정신분석 전문의이자 두 아이의 엄마 그리고 시부모님을 모시고 사는 며느리의 다역을 맡아 치열하게 살아왔던 분입니다.
 
어느 것 하나 가볍지 않은 역할들을 맡이 그야말로 휴식은 사치였고 늘 쫓기며 또 자신을 닦달해 가며 인생을 숙제처럼 살아오셨다고 합니다. 
 

만날 내가 인생을 다시 산다면

'만일 내가 인생을 다시 산다면'은 저자 김해남 님의 자전적 에세이예요. 
 
치열한 삶 중에 갑자기 만난 불치병으로 인생이 완전히 바뀌어 버렸고 인생을 바라보는 태도와 생각도 많이 달라진 저자가 우리들 에게 전하는 조언과 당부들이 담겨 있어요.
 
건강의 위기라는 건 많은 사람들에게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되는 것 같습니다. 저 또한 비슷한 경험이 있는데 삶의 가치관과 목표가 드라마틱하게 달라지게 되었죠. 하지만 저의 이야기는 사람들에게 힘과 울림을 전하긴 어려울 거예요. 사회적 지위나 성취도 부족하고 시련의 크기도 비할 수가 없으니까요. 
 
지은이 김혜남 님은 정신분석 전문의라는 사회적 성취를 이룬 뒤에 파킨슨이란 불치의 병을 얻었습니다. 비현실적으로 드라마틱한 그녀의 상황이 그녀의 이야기에 더 큰 울림을 남깁니다.
 
지금부터 김해남 님의 이야기를 함께 나눠보려 합니다.
 

지은이 김해남

전문의, 엄마 그리고 며느리

지은이 김해남 님은 고려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국립정신병원에서 12년 동안 정신분석 전문의로 일했다.
 
이후 여러 대학의 의대 외래 교수이자 초빙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쳤고, 김혜남 신경정신과의원 원장으로 총 30년 가까이 환자들을 돌보았다.
 
정신분석학 전문의로, 두 아이의 엄마로, 시부모님을 모시고 사는 며느리로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던 그녀는 마흔 살까지만 해도 '내가 잘했으니까 지금의 내가 있는 거지'라고 생각했다. 곁에 있는 사람들에게 고맙다고 말하면서도 속으로는 원망한 적이 더 많았다.
 
마흔세 살이 되던 해 파킨슨 병을 진단받게 되었다.
 

아직은 죽은 게 아니다

쉴 틈 없이 자신을 채찍질하며 살아오던 김해남 님이 없이도 세상은 멀쩡이 돌아갔다.
 
너무 억울하고, 사람들이 밉고, 세상이 원망스러워 아무것도 못한 채 한 달을 보내고 난 뒤 그녀는 깨달았다. 
 
아직 자신이 죽은 게 아니며 누워 있는 다고 바뀌는 건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을 말이다.
 

해야만 하는 일보다 하고 싶지만 미뤄둔 일들

파킨슨이란 불치병은 그녀의 쉴 틈 없었던 일상을 강제로 바꾸기 시작했다.
 
당연하게 행하던 일상의 많은 부분들을 병 때문에 하지 못하게 되기 시작하면서 그녀는 하고 싶지만 미뤘던 일들을 시작하게 된다.
 
그중 가장 큰 변화는 그녀가 글을 쓰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환자들에게 미처 전하지 못한 이야기나 세상사람들과 나누고 싶은 그녀의 경험을 책을 통해 나누게 된다.
 

30년간 정신분석 전문의로 일하며 깨달은 인생의 비밀

아무리 착하게 살아도 불행이 찾아올 때가 있다

파킨슨병은 도파민이라는 신경 전달 물질을 생산하는 뇌 조직의 손상으로 인해 손발이 떨리고, 근육이 뻣뻣해지며, 몸이 굳고, 행동이 느려지고, 말소리가 잘 나오지 않는 등의 증상이 나타나는 신경 퇴행성 질환이다. 
 
보통 노인성 질환으로 알려져 있는데 사회적 활동이 한창이던 43세에 파킨슨 병을 진단받게 되었다.
 
아직까지 딱히 치료법이 없는 희귀성 질환으로 분류되며 우울증과 치매, 편집증등의 증상을 동반하는 불치병에 걸렸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병에 대해 잘 아는 의사로서 받아들이기가 정말 쉽지 않았다.
 
왜 하필 나에게 이런 병이 찾아왔을까. 내가 뭘 그렇게 잘못한 걸까. 
 
누구보다 책임감 있고 성실하게 인생을 살아왔는데, 너무 가혹한 불행이었다.
 
멈춰진 일상 속에서 두려움과 원망으로 가득했던 그녀의 우울은 깊어갔고 죽음을 생각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던 어느 날 문득 정신이 번쩍 들었고, 침대에 누워 불안한 미래를 걱정하는데 모든 시간을 쓰는 대신 현재를 살기로 마음먹는다.
 

살다 보면 예기치 않은 불행이 닥쳐올 때가 있다. 그것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하지만 그 후의 시간을 어떻게 보낼지는 내가 어떻게 마음먹느냐에 달려 있다.

 
 

하나의 문이 닫히면 또 다른 문이 열린다

언니와의 이별

인생에서 절망을 경험한 순간들이 몇 번 있었다.
 
첫 번째는 바로 위 언니가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던 것이다. 
 
꿈과 미래를 함께 하던 언니가 떠난 뒤 모든 것이 끝났다고 생각했던 그때 사촌 오빠는 이야기한다.
 

혜남아, 인생에 최선만 있는 건 아니야. 최선이 안되면 차선이 있고, 차선이 안되면 차차선도 있는 법이거든. 그래서 끝까지 가 봐야 하는 게 인생이야.

 

레지던트 선발 탈락

저자를 절망하게 만든 또 한 번의 사건은 대학병원에 남지 못하게 되었던 일이다.
 
누구보다 치열하게 예과와 본과 6년을 보낸 그녀가 레지던트 선발에서 탈락하게 되었을 때 그녀는 크게 절망하게 된다.
 
하지만 대학병원대신 선택했던 국립정신병원에서 생각지 못한 다양한 경험을 하게 되었고 공부와 연구의 기회를 더 많이 얻게 되었다.
 
대학병원에 남지 못했을 때 인상애 끝났다고 생각했지만 차선으로 선택한 곳에서 그녀는 많은 성장을 하게 된다.
 

원하는 삶을 산다는 진짜 의미

우리는 자유롭게 살라는 말을 들으며 자랐다. 심지어 학교와 직업을 자유롭게 선택하고, 자유롭게 연애하고, 결혼여부도 자유롭게 결정하는 등 원하는 대로 삶의 방식을 결정하는 것이 옳다고 배웠다. 그런데 정말 자신이 자유롭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대부분 부모님이 시키고, 학교가 시키고, 사회가 시키고, 사람들이 좋다는 길을 걸으며 살아가기 때문이다.

 

정신분석 전문의로 많은 환자들을 만났던 저자는 사람들의 마음속에 담긴 화의 원인 중 많은 경우가 부모나 사회의 기대로 인한 것임을 알게 되었다.
 
부모에게 받은 상처로 상담 시간을 대부분 써버리는 그들의 이야기 속엔 늘 자신이 없었다.
 
저자는 그런 사람들에게 자신의 역사를 써가라고 말한다. 자신의 역사를 써 나간다는 것, 그것은 인생을 주체적으로 살아간다는 뜻이다.
 
남들에게 휘둘리지 않고 인생을 살아가려면 통제의 주체를 '나'로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바뀌지 않을 '남'에게 쓸 에너지를 아껴 '나'자신의 주체성을 세우는데 투자하는 것이 진짜 '나의 삶'을 사는 것이며 진짜 '어른'이 되어 가는 길이다.
 

환자들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

과거가 현재를 지배하도록 놔두지 말 것

저자는 정신분석 치료를 받은 사람들의 다수가 잘못된 과거를 되돌리고 싶다는 생각에 빠져 지금을 살지 못하는 사람들이라 말한다.
 
과거의 일이 지금의 심리 구조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그 메커니즘을 이해하고 그것으로부터 자유로워지기 위해 애써야 한다고 전한다.
 
과정이 쉽지 않지만 과거의 슬픔을 인정하고 슬픔을 이겨 낸 자신을 대견하게 바라볼 수 있을 때 비로소 행복해질 수 있는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함부로 치유하려 들지 말 것

사랑하는 사람을 구원하려 하거나 치유하려 들면 안 된다.
 
당신이 상대를 치유하려 들면 어느새 당신은 상대를 지배하려 할 것이고, 상대는 이에 분노를 갖게 될 것이다.
 
당신이 사랑하는 사람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은 그저 사랑하는 일, 그리고 기다려주는 일뿐이다.
 

열등감을 가지고도 즐겁게 사는 비결

스스로를 한심하고 모자라고, 허둥대는 결점투성이로 바라보면 인생도 그렇게 흘러갈 것이다. 하지만 스스로를 착하고, 남을 배려하고 뭐든 열심히 하는 사람이라고 바라보면 인생도 그렇게 흘러갈 것이다.
 
똑같은 나인데도 내가 나를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인생이 바뀌는 것이다. 
 
타인과 대등한 관계에 설 수 있는 태도 또한 나를 믿고 존중하는 데서 출발한다.
 

22년간 파킨슨 병을 앓으며 깨달은 것들

1. 단점을 고치려 하지 말고 장점에 집중할 것
2. '마이크로 월드'(사소하고 작은 것들의 소중함)를 발견하다
3. 힘들고 아픈 시간은 언젠간 끝이 나게 되어 있다
4. 겸손을 배우다
5. 유머의 힘은 역시 세다
 

훨씬 더 행복해질 수 있는 나를 가로막은 것은 나였다

65세에 이른 김혜남 님은 그녀의 걸어온 길을 이렇게 회고한다. 
 

무엇보다도 나 자신에 대한 욕심이 그 어떤 일을 해도 늘 나를 불만족스럽게 만들었다. 남들보다 더 똑똑하고 빈틈없어야 하며 인정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나에 대한 지나친 기대가 나의 행복을 가로막아 온 것이다.

 
그녀는 이제 행복을 덜어냄으로써 찾아온다는 것을 알았다.
 
가지지 못한 것들에 대한 욕심을 덜어내는 것, 나에 대한 지나친 이상화를 포기하는 것, 세상은 이래야 하고 나는 이래야 되다는 규정으로부터 벗어가는 것이 행복을 찾을 수 있는 지름길이라 말한다.
 
나와 세상에 대한 지나친 이상화에서 벗어나야 나와 타인에 대해 너그러워질 수 있으며, 그래야 서로 감싸 주며 사랑하는 법을 배울 수 있다고 말한다.
 
그녀는 너그러움을 배우는 과정이 바로 진짜 어른이 되는 과정일지 모른다고 말한다.
 

마흔 살에 알았더라면 더 좋았을 것들

나이 듦을 받아들이는 태도

마흔이란 나이는 쉽지 않다.
 
신체적으로 급격한 쇠락이 시작되는 시기이며 부모로서나 자식으로서의 책임이 무거워지는 시기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나의 듦으로 인한 상실을 받아들이지 못하며 변화에 저항한다. 그들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힘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이고, 시간이란 현실도 부정하려 든다.
 
나이가 들수록 외적인 것보다 내적인 성숙에 시간을 할애해야 할 것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이 필요한 이유

저자는 누구보다 휴식에 야박했던 사람으로 파킨슨병으로 병원을 그만두기까지 30여 년 동안 제대로 쉬어 본 적이 없다고 한다.
 
일하느라 밥을 거르기 일쑤였고 때로는 잠까지 줄이는 삶을 살면서 스스로는 끄떡없을 거라 자신했고 몸이 상하는 것조차 알아차리지 못했다고 한다.
 
직장에서든 집에서든 내가 없으면 안 되며 내가 없으면 일이 잘 안 돌아가거나 잘못될 거라고 여기며 하지 않아도 될 일까지 
도맡아 하곤 했단다.
 
지쳐 쓰러질 때까지 일하는 데 길들여진 사람들은 삶에서 쉴 시간을 먼저 만들어 두어야 한다.
 
현대인들은 아무것도 안 하는 시간이 없다.
 
하지만 밥을 먹으면 소화할 시간이 필요하듯 뇌도 쉴 시간이 필요하다.
 

사람을 너무 믿지 마라. 그러나 끝까지 믿어야 할 것도 사람이다.

살아갈수록 인간의 어두운 면을 마주할 기회가 늘어나면서 중년의 나이에 이르면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건 바로 사람이다"라는 말을 하게 된다.
 
무섭게 돌변할 수 있는 이웃으로부터 내 가족을 지키기 위해서는 항상 경계를 늦추어선 안된다.
 
하지만 사람을 믿지 못하면 고립되고 외로워질 것이다.
 
저자는 일단은 믿되 관계에서의 한계를 설정하라고 조언한다.
 
관계를 맺게 되면 그 관계를 보호하기 위해 함부로 넘어서는 안 될 적정선을 만들고 지키는 것이다.
 

만일 내가 인생을 다시 산다면

더 많은 실수를 저질러 볼 것이다

세상이 너무 빨리 변하고 당장 성과를 내지 않으면 도태되는 세상에서 도전은 많은 것을 감수해야 가능한 일이 되어 가고 있다.
 
하지만 움츠러들면 들수록 경험한 게 너무 없어서 세상의 변화에 발맞추기는커녕 점점 도태되어 버리고, 그만큼 자존감은 떨어지게 된다.
 
작은 도전에 성공을 거두면 다음 도전이 더욱 쉬어지게 마련이다.
 
성공이 쌓일수록 우리는 실패 가능성보다 성공 가능성을 더욱 크게 보고, 실패하더라도 그 역시 성공을 향한 과정이라고 여기며 재도전하게 된다.
 
실수와 실패가 두려와 다가오는 기회들을 놓치지 않아야 할 것이다.
 
만일 인생을 다시 산다면, 더 많은 실수를 저지르며 살고 싶다.
 

상처를 입더라도 더 많이 사랑하며 살 것이다

우리는 누군가에게 사랑을 받음으로써 자신이 얼마나 가치 있는 사람인지 경험한다.
 
또 누군가를 목숨보다 살아했던 경험은 이 세상에 '나'를 초월한 어떤 가치가 있음을 느끼게 한다.
 
유한한 삶에서 무한한 가치를 체험하게 하는 것, 그것이 바로 사랑이다.
 
사랑을 하면 상처 또한 피할 수 없지만 사랑은 삶을 더욱 가치 있게 만들어주고 사람을 더욱 나은 사람으로 만들어 준다.
 

어떤 순간에도 나는 나를 믿을 것이다

인간은 누구나 스스로를 치유할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 다른 말로 '회복탄력성'이라고 하는데, 그것은 힘든 상황에 맞닥뜨렸을 때 그 스트레스를 이겨낼 수 있도록 돕는 힘을 말한다.
 
회복탄력성이 뛰어나다고 해서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것은 아니다. 
 
다만 회복탄력성이 뛰어난 사람들은 스트레스에 압도되지 않고 그것을 극복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들은 역경을 성장의 기회로 받아들인다.
 
회복탄력성의 힘은 우리의 생각보다 훨씬 더 강력하다.
 

마치며

보상을 포기하는 것

쳇바퀴 같은 일상 속에서도 숨이 턱까지 찰 때가 있어요.
 
멈추고 쉬고 싶지만 눈앞에 닥친 숙제들이 휴식뒤에는 더 무거워질 것 같습니다.
 
결국 쉬어가려면 숙제를 포기하거나 줄여야 합니다. 그럼 아마도 숙제로 인한 보상도 없어지거나 작아질 테죠...
 
숙제에 대한 보상을 포기하는 건 나의 결정에 달려있어요. 결심이 힘들 뿐입니다.
 
물론, 주변과 이해관계자들을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어요. 
 
정신분석 전문의였던 저자 김해남 님은 이렇게 조언하실 것 같습니다.
 
"인생의 통제 주체를 '나'로 바꾸세요. 후회 없는 인생을 살려면 나의 인생을 내가 만들어가야 합니다" 
 
버거운 일상을 그저 버티고 계신 많은 이들에게 '만일 내가 인생을 다시 산다면'을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