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이노?
처음에 '세이노의 가르침'이란 제목을 접했을 때 저는 일본 작가의 작품일 거라 생각했어요. 심플한 책의 표지와 상당히 두꺼운 책의 부피 그리고 가르침이란 단어까지 조합하니 일본 석학의 고전이 예측되었거든요.
서점의 목 좋은 자리에 단독 매대를 차지한 모습에 일시적 유행이나 출판사의 마케팅의 힘을 받은 책이 아닐까 생각했었어요. 그 뒤로 오며 가며 꽤 오랜 시간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그저 가벼운 책은 아닐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놓치면 아쉬울 것 같은 마음이 들었어요.
책을 집어 들고 무척 놀랐습니다. 700페이지가 넘은 책의 가격이 7,200원이더군요.
책의 첫 페이지를 넘기고서 '세이노'가 Say No의 뜻을 담은 작자의 필명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세이노 라는 분은 순자산 천억 원대의 자산가이며 이미 온라인 세계에서는 꽤나 유명한 분인 것 같았어요.
신랄한 꼰대 아저씨의 쓴소리가 뼈를 때리다 못해 부숴버리다
세이노 님은 아마 중년 이상의 연령이실거라 예상되며 어쩌면 어르신이란 표현이 더 적합할 수도 있겠지만 글에서 느껴지는 기세와 에너지 때문에 어르신이란 표현보다 아저씨라는 표현을 쓰게 되었어요.
세이노 님의 글은 참 불친절 합니다.
반말은 기본이고 육두문자로 등장합니다.
말투도 내용도 솔직하다 못해 아프기까지 합니다.
아마 이 책을 읽어보신 분이라면 저의 의견에 동의하실 거예요.
책을 읽으며 폐부를 찌르는 듯한 신랄한 세이노의 조언과 충고에 뜨끔해질 때가 많았어요. 나의 지난 역사들을 돌아보게 되면서 무언가 마음이 불편해지기도 했습니다. 뒷 통수를 세게 맞은 느낌이랄까요? 제겐 세이노의 가르침이 제 뼈를 때리다 못해 부숴버리는 느낌이었어요.
세이노 님의 글은 또한 꼰대를 연상케 합니다.
본인의 생각과 가치를 진리로 여기며 그와 다른 것들에 야박하신 모습이 꼭 꼰대의 전형 같아요.
하지만 꼰대의 쓴소리로만 치부하기엔 그 안에 담긴 가치의 무게가 책의 두께 못지않은 것 같습니다.
부자 아저씨의 경험과 시행착오가 오롯이 담긴
세이노님의 인생은 꽤나 굴곡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의사라는 직업을 가지셨던 세이노님의 아버님은 순탄하게 사실수도 있었을 것 같은데, 세상과 사람들과 얽히며 각종 송사를 겪으시게 되었고 결국 세이노님의 가정에 굴곡의 역사가 시작되었던 것 같습니다.
이른 나이에 송사로 고생하시는 부모님의 모습을 지켜보았던 것이 자양분이 되었던 것일까요?
장성한 후로 이른 나이부터 계란으로 바위를 치듯 세상을 향한 날것의 도전들을 이어 가는 세이노님의 모습들이 그저 놀랍기만 했습니다.
극도의 가난을 겪고 있으면서도 부자를 배척하고 시기하기보다 그에 가까워지려 하는 모습이 놀랍고 대단하게 느껴졌어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기가 속한 환경과 상황에 갇히기 마련인데 판을 깨고 엎는 기지와 기세가 대단하시더군요.
이 방대한 책에는 세이노라는 사람이 극강의 가난을 넘어 천억 원의 자산가가 되기까지의 여정과 시행착오들이 단편적이지만 디테일하게 담겨있어요.
유려함은 없지만 디테일이 살아있는
세이노의 가르침은 한 자산가의 인생이 담겨 있는 책이지만 유려하게 흐르는 대서사시는 아니었어요.
책의 형식을 하고 있지만 메모장 모음 같기도 하고 아니면 조언집 같기도 하고 시간적 나열이나 앞뒤 문맥의 연결을 고려하지 않은 세이노 인생의 편린 모음집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책은 세이노가 온라인 공간에 적어왔던 글들의 모음이며 출간 조건도 그의 원글을 가공하지 않고 그대로 담는 것이었다고 해요.
그래서 그런지 이 책을 읽다 보면 부모님이나 직상 상사의 잔소리를 듣는 기분이 들기도 하고 책 두께에 비해 책이 꽤나 술술 읽힙니다. 아마도 대부분 구어체로 적은 글들이기 때문일 것 같아요.
부담 없이 그때그때 적은 글들이기 때문일까요?
세이노의 가르침에 담긴 글들에는 디테일이 살아있어요. 그런 생생한 디테일 덕분에 그의 이야기는 오히려 유려한 문어체의 글보다 더 큰 설득력을 갖고 또 신뢰를 얻게 되는 것 같습니다.
날것 그대로 극강의 솔직함 그리고 날카로움
세이노 님의 글은 민망할 정도로 솔직한 구석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게 이 책의 큰 매력요인 이기도 한 것 같아요.
아마도 본인은 드러내지 않고 온라인 공간에 쓰는 글이기에 가능한 일이기도 하겠지만 책을 통해 느껴지는 세이노 님의 성향 자체가 꾸미고 더하는 스타일이 아닌 것 같기도 합니다.
세이노님은 친구를 대하거나 연애를 하거나 사업을 하며 만나는 이해 관계자들을 대할때도 항상 거칠고 솔직합니다. 상담 요청 메일조차 거칠고 솔직하게 답장 하시는 모습이 참 한결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세이노님은 꾸미거나 감추는 것을 매우 싫어하시는 것 같으며 본인도 어떠한 현상이나 상황에서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담백하고 파악하고 분석하시는 편인 것 같아요.
어린 시절 아버님께서 세이노님께 차가운 머리를 갖도록 훈련하셨던 영향도 있을 것이고 어린 시절부터 직간접으로 경험했던 '음'의 세상을 통해 스스로 깨우친 면도 있으실 것 같습니다.
기본적으로 사람을 믿지 않으며 어떠한 일을 겪더라도 한번 더 생각하고 현상 이면을 파악하려는 세이노님의 성향이 지금의 성공을 가져온것이 아닐까 생각하게 됩니다.
불편하지만 곱씹을수록 느끼게 되는 가치
솔직히 세이노님의 글을 불편합니다.
읽다 보면 자꾸 뜨끔해지고 나 자신이 한심해지기까지 합니다.
환경과 상황을 핑계로 안주했던 나날들
좋은 게 좋은 거라며 참고 넘겼던 상황들
갈등을 피하려 감추고 연기했던 모습들
세이노님의 글을 읽으며 후회로 남았던 과거의 순간들이 무수히 떠올라 마음이 불편해질 때가 많았습니다.
그런 순간에 내가 세이노님처럼 생각하고 행동했더라면 지금의 나의 모습을 어떠했을까? 나의 역사도 달라졌을까?
표리부동하고 탐욕적인 기성세대를 비난하고 욕하던 젊은 날의 모습을 그와 내가 다르지 않았는데, 지금의 모습은 왜 이렇게 다른 걸까?
삶의 기로와 치열한 고민의 정점에서 이렇게 날카로운 충고를 들을 수 있었다면 내가 다른 선택을 하지 않았을까?
우리가 세상을 살면서 다양한 많은 교육을 받지만 정작 인생을 살면서 필요하고 중요한 실전형 가르침은 턱없이 부족한 것 같습니다.
저 또한 직장생활을 하면서 인간관계의 난이도를 깨달았고 결혼 생활과 자녀 양육을 통해 인생의 고난을 경험했지만 학교에서 배운 지식들은 도움이 되지 않았습니다.
힘들 때마다 저를 위로하던 지인들의 조언도 해결책을 제시하지는 못했던 것 같아요. 아마도 위로에 중점을 둔 조언들은 직설적이기도 어렵고 상황을 변화시킬 만큼 실질적이거나 날카롭지도 않기 때문일 거예요. 관계를 잃을 각오가 아니라면 냉정하고 실질적인 조언을 전하기가 어렵거든요.
그런 점에서 세이노님의 가르침이 제게는 큰 가치로 다가 옵니다. 누가 나에게 이런 솔직하고 날카로운 충고를 전할 수 있을까요?
세이노님의 글들은 제 생각의 패러다임을 바꿔주는 힘이 있더군요. 말투는 거칠고 불친절 하지만 곱씹을수록 그 안에 담긴 애정과 힘이 느껴집니다.
피보다 진하게 살아라
세이노님이 순자산 천억원대의 자산가가 이었다면 이책이 베스트 셀러가 될 수 있었을까요?
세이노님이 과거에 본인의 자산을 언론사에 검증받은 과정이 없었다면 그와 그의 글을 추종하는 사람들이 그렇게 많아질 수 있었을까요?
만약 자산가라는 타이틀이 없었다면 세이노의 가르침도 그저 꼰대의 넋두리가 되었을 겁니다.
하지만 맨몸으로 세상과 치열하게 부딪히며 경험해 온 그의 인생사는 그가 천억 원대의 자산가가 되었기 때문에 힘을 갖게 됩니다.
그 자신이 실제였고 검증된 사례이자 전설이 되었기 때문에 그의 메시지가 뜨겁게 다가옵니다.
피보다 진하게 살아라